계단을 오르면 조금 숨이 차거나,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어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고 넘기신 적 있으신가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소견을 받았지만 "간에 지방 좀 낀 거지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지방간이 있는 분들의 심장 건강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간과 심장이 전혀 다른 장기 같아도, 실제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1. 지방간, 그냥 '간 문제'가 아닙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김승현 교수와 소화기내과 류담 교수팀이 네덜란드의 대규모 인구기반 코호트 '라이프라인즈' 데이터를 활용해 지방간 환자 1만263명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간 섬유화 정도를 나타내는 'FIB-4 지수'가 1.45 이상으로 높은 지방간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새롭게 부정맥이 발생할 위험이 5배, 특히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6.8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다른 위험 요인을 모두 고려한 뒤에도 이 연관성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지방간은 흔히 간에 지방이 쌓이는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지방간을 유발하는 인슐린 저항성, 복부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이상이 혈관과 심장에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2. 50대 이상이라면 더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연령에 따른 차이입니다. 50세 이상 환자에서는 FIB-4 지수가 높을 때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약 2.7배, 전체 부정맥 발생 위험은 약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50세 미만에서는 간 섬유화 지수가 높아도 추적 기간 동안 새로운 부정맥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지방간이라도 50대 이후에는 심장까지 함께 살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지는 셈입니다.

연구를 이끈 김승현 교수는 "지방간질환 환자를 진료할 때는 간질환의 진행뿐 아니라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 발생 위험까지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습니다.
3. 오늘부터 간과 심장을 함께 챙기는 습관
지방간 관리의 기본은 결국 대사 건강 전반을 돌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 습관들을 함께 실천해보세요.
- 정제 탄수화물과 단 음료를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식사 구성 바꾸기
- 일주일에 150분 이상 빠르게 걷기 등 유산소 운동 실천하기
- 복부비만이 있다면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 기억하기
- 금주 또는 절주로 간에 가는 추가 부담 줄이기

이런 땐 습관보다 병원부터
다음 중 해당하는 항목이 있다면 소화기내과나 심장내과 진료를 통해 간 상태와 심장 리듬을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소견을 받은 지 오래됐는데 재검을 미뤄왔다
- 가슴 두근거림, 답답함, 어지럼증이 반복된다
- 지방간과 함께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같이 갖고 있다
- 50대 이상이면서 최근 들어 쉽게 숨이 차다
오늘 바로 하나만
오늘 저녁 식사에서 밥 반 공기만 줄이고 그 자리를 채소로 채워보세요. 작은 변화 같지만, 이런 식습관이 쌓이면 간에 낀 지방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이미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다음 건강검진 때는 간 수치뿐 아니라 심전도 검사도 함께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생활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지방간이나 부정맥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순천향대서울병원 연구팀,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2026년 5월 게재)